거람전시회소식

글그림 전시회를 축하하며 - 유재명

거람 김반석 2006. 12. 24. 20:26

글그림 전시회를 축하하며

 

내가 양촌을 처음 만난 해는 지금부터 28년 전인 1976년 6월 부산 가야에 있는 8815부대에서이다.


군수물자보급을 주로 하는 부대라 훈련보다는 사무실 근무가 많았으며 양촌은 이미 나보다 2달 먼저 군대에 입대하여 화학병과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었고 나는 화학물자 저장창고에 배치되어 같은 내무반에서 군대동기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부대성격상 유난히 서류작성과 글쓸일이 많았던 관계로 어느 정도 양촌의 글과 그림에 관한
자질은 느끼고 있었지만 그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그보다 군대와
군복이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게 내가 양촌을 본 첫 인상이다.

 

내가 양촌에 관심을 같게 된 계기는 군대를 제대하고 1년뒤인 79년 11월에 서울 제일은행 합숙소로부터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가겠다는 짤막한 편지를 보내고 난 뒤부터이다.

 

그로부터 2년뒤에 우연히 충무에서 만났고 그해 12월에 우편엽서에 연필로 쓴 글씨로 직장도 포기하고 평소 주장해왔던 일을 실천하며 부족하게 살 거라는 내용을 주소도 없이 보낸체 소식이 끊어졌으며 9년 뒤인 88년 1월에 주소도 없이 예쁘게 쓴 편지로 신년인사를 보낸게 마지막이었다.


그때 편지글이 마음에 들어 액자에 넣어 집에 걸어 두었으며 무얼 하고 사는지 궁금했지만 그동안 연락할 길이 없어 잊고 지냈다.
우연한 기회에 주왕산에 등산을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시와 그림이 있는 액자를 판매하는 상점이 있어 들러 게 되었는데 글과 그림에 마음이 끌려 한 점 사서 집에 걸어두었다. 그로부터 몇 년 뒤인 2002년에 내가 조선일보에 칼럼을 게재하게 되었는데 이 글을 보고 내 메일로 소식을 알려왔고 주왕산에서 샀던 액자가 양촌이 쓴 글임을 뒤늦게 알고 참으로 특이한 우연과 인연에 감동하여 우리는 22년만에 다시 만났다.

 

동안 많은 산을 찾아 고행하였고 마침내 경주 치술령 산기슭에 자리 잡아 소박한 갤러리를 지어 평소 주장한데로 하고 싶은 그림과 글을 쓰며 살 게 되었다는 사연과 모습을 확인하고 편안한 자연인으로 돌아온 앙촌을 다시 보게 되었다.

 

현실과 타협하며 앞만 보고 살아왔던 내가 주왕산에서 보았던 글에 유난히 마음이 끌렸던 것은
우연이라기보다 연어가 태어난 고향을 찾듯 내가 옛날에  느꼈던 양촌의 동화적인 아름다운
편지글에 대한 이끌림이 훗날까지 이어진 영감이 아닌가 깊다.

 

싫은 게 없는 참으로 편안한 사람, 어릴 때의 아름다운 모습을 들추어내는 사람, 자연을 스승삼아
자연을 그리는 양촌의 소박한 글과 그림에서 자연만큼이나 편안하고 아늑함을 느낀다.

 

자연에서 빗어진 그 사랑과 그림사랑의 글 그림 전시회가 예술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아 많은
사람에게 큰 느낌을 주기를 기대하며 바다와 함께 사는 나와 산과 함께하는 양촌의 인연이 늘 조화롭기를 빌어본다.

한국 해양 연구원 이학박사 유 재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