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람전시회소식

양촌 김반석의 圖方(도방) 그림들 - 지안 전석진(志岸 田錫津)

거람 김반석 2006. 12. 24. 20:25

양촌 김반석의 圖方(도방) 그림들

 

이번 개인전의 작품들은 이전의 필획 그림들과는 스케일과  작업방향에 있어 다른 면모를 보이는데 아마도 이러한 변모의 양상은 작가만이 겪는 긴장감과 잇따른 카타르시스적체험이 전환의 연원이 되었던 것 같다.

 

여전히 그 특유의 독창적인 기법, 즉 백색의 화선지 위에 닥나무를 풀어 게르마늄과 아크릴 같은 중량감 있는 물감들을 희석액에 다양한 비율로 섞어 붓을 사용하지 않고 화폭에 직접부어 질료 자체가 구성을 결정 지우는 액션페인팅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전의 작업이 먹의 의도된 조절로 동양 전통 서체와 닮은 필획형태와 그 형태에서 오는 대담하고 역동  적인 몸짓의 효과에 의식적으로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이제 작가는 바탕면에 겹겹이 스며드는 물감들이 화면공간에 확산되며 자율적으로 생성해내는 자연의 법칙에 자신을 맡긴 듯 그의 화폭들은  전보다 더욱 풍요로우면서도 보는 이의 마음과 몸을 끌어당기는 기이한 흡인력과  포용력을 지닌다.

 

다시 말해 필획에서는 작업의 과정이 작가의 개성과 존재를 각인 시키는 요소에 역점을 두었다면 이번 개인전의 작품들은 “ 나 ”에서 벗어나 보다 큰 자연의 생성과정에 순응함으로써 그 안에서  안식을 취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전 작업에서의 특징인 배경과 기획, 자연과 인간, 사회와 나의 구분이 사라지고,

50호위 方形의 화면들은 흐리지만 미묘하게 發光하는 듯 투명한 색체의 베일들을 이루면서

커다란 圖를 그린다.

 

거기에는 이전의 “삶의 춤”에서의 몸짓도 저항적인 선율도 없이 신체와 감정을 하나의 커다란 우주의 순환에 던짐으로써 難苦得樂에 도달한 듯 사치와 관능의 자유로움이 있다.

 

양촌 김반석에게 먹은 그의 그림의 중요한 표현도구이자 話頭이다.

 

그간의 작업을 보면 우선 화폭에 한가지 색깔의 물감을 부어 시작한다. 이 때 발물효과와 물감의 흡수력과 투명성을 얻기 위해 그는 기성 켄버스천의 풀기를 없애는 과정을 거친 다음 거의 균일한 농도와 “사이즈” 의 다른 색깔의 물감을 기존의 물감층이 채 마르기  전에 붓는 과정을 방향을 바꾸어 반복해 색들이 겹치며 얽히는 과정에서 새로운 톤이 생성된다.

 

이때에 겹쳐지지 않는 부분에는 바탕층의 색깔이 그대로 남아 예상치 못했던 신비롭고도  미묘한 뉘앙스의 화면을 조성하는 데 주목하여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일종의 색체의 교향곡을 창조해 내고 있다.

 

한편, 초기의 화폭들은 지향성 있는 구성을 보이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 작가의 발걸음의 방향이 화폭사방으로 선회하면서 확산적인 동심원 구성으로 발전하고 있다.

 

때로는 대형의 백합, 때로는 활짝 핀 이름 모를 꽃을 연상시키는 의의 화면들은 기이하게도

투명성과 견고함을 동시에 지녀 색채만이 지닐 수 있는 시학과 그림의 구조를 함께 성취 하고 있다.

 

이전에 보인 작업들에서의 색체실험은 화면의 공간을 분절시키며 몸짓을 창출하는 일종의 서체적, 소묘적 성격이 농후한 반면, 이번 개인전에서의 작가의 관심은 색체와 표면이 혼연일체가 되어 물감자체가 그림의 구조를 설정하는 색체 본연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하며, 서술적 요소가 배제된 추상화 된 화면이  이러한 해석의 개연성을 뒷받침 한다.

 

2004.  4.  18 진부령미술관 관장  志岸(지안) 田錫津(전석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