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소개된 모습

제일은행 사보(KFB family) 04년 6월호

거람 김반석 2006. 12. 24. 20:05

 

글그림  아티스트 양촌 김반석

 

시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시가 되고

 

쌩떽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 첫 머리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 구렁이 그림'
아무리 보아도 중절모처럼 보이는 이 그림을 오해 없이 바라보려면 그림을 그린 사람처럼

순수한 마을을 지니고 있어야한다. 순수한 마음을 잃어 버린 어른으로서는 결코
알아볼 수 없는 이 그림은 그리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 속에 투영된 이미지를 그대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어쩌면 추상화와 닮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을 품고 있는 미술관

경주나들목을 나서 천년 고도의 정기에 흠뻑 취했다 깰 즈음, 자그마한 호수를 끼고
언덕 위에 하얗게 자리한 예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와싸. 창 앞까지 드리운

산자락에서는 나무들이 파도를 타듯 춤을 추며 그림이 되고, 풍덩 창으로 밀려드는
호수의 그림자는 힘찬 붓글씨의 한 획이 되기에 충분했으니,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대뜸 '반석 갤러리. 미술관' 임을 짐작했다. 고즈넉함과 여유로움이 물씬 배어있는
미술관 앞뜰로 들어서는데, 손님이 왔다는 소식을 바람결에 전해들었는지

 양촌 김반석 선생이 양찰을 벌리며 뛰어나온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 떨어져 있으면 손님 맞을 때가 가장 쑥스러워요. 변변히 대접할 것도 없고..."

아랬마을에 장이 설 때면 부산에서 생활하는 부인이 장을 봐놓는데, 지난 장날을
걸렀더니 찬거리마저 떨어졌다며 겸언쩍게 웃으며 그가 내놓은 것은 그윽한 향이

 일품인 우롱차다. 먼길을 달려온 길손을 배려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배어있어서인지.
언거푸 두잔을 마시자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일단 한 숭을 돌리고 나자, 그의

작품들이 보고 싶어져서 얼른 미술관을 둘러보자고 졸랐다.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는 예술을 꿈꾸며

"통하는 자들끼리만 통하고, 그걸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배제하는 것은 예술의 생리에서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에 있어 가장 모욕적인

 것은 '자기도취' 라는 말인데, 자기도취의 극치는 마약입니다. 즉 예술과 마약은
장르가 같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예술이 마약과 결코 같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예술이지극한 객관화와 일반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예술까의 창작 행위로 인해 수천 수만 명이 도취할 수

있다는 것인데, 누가 보아도 '아! 그렇군' 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예술작품 이라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ㄱ' 자 형태의 반석 갤러리 . 미술관은, 좀 더 긴쪽을 2층까지 터서 미술관으로 꾸몄고,
또 다른 쪽의 1층은 생활공간, 2층은 양촌선생의 작업 곤간인 득화소(得畵所)로 사용하고 있다.

 왠만한 교실 크기의 미술관에는 그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전시되어 있는데,
어른 키의 두배만한 대작들과 B5용지의 작은 그림까지 다양한 구성이 돋보인다.

특이할 만한 것은 20년전에 그렸다는 그림에서 이미 '글그림'에 대한 싹이 움트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림은 왠지 속이는 뭔가가 있을 것 같은데, 글은 속이지 못한다는 것에 착안을 했죠,

그 둘을 합치면 제 창작 행위가 진실성을 띠게 되지 않을까. 그럼으로써 내면과 외면이
일관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내면(글)과 외면(그림)을

하나로 꿰는 '글그림'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듯 마음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은
비단 제 직업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화두(話頭)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20년 넘게 제일은행에 재직하며, 조직에 속한 자신과 원래의 자신을 분리하는 것에
익숙했던 양촌은 자신의 본질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하여 빛과 조화를

이루어 공간감을 갖는 그림을 탄생시켰고, 서양화와 동양화를 접목한 전혀 새로운
그림도 창조했다. 그리고 나아가 글과 그림을 하나로 엮은 글그림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세계는 내면과 외면의 일치에 닿아있다.

 

한글로 그린 그림

"순수한 우리말과 한글로 된 단어를 필순 그대로 획을 더하거나 뺌도 없이 글씨를 쓰면,
그것이 그림이 됩니다. 즉 글씨이면서 그림이되고, 그림이면서 글씨가 되는 선의

표현방법이 '글그림'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글로 그림을 그린다는 아이디어로
접근한 것이 아니고,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이 그림으로 발현된 것입니다.

글그림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한문(漢文)이 아니고, 한글로 표현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우리의 글자로써 표현함은 물론, 한글로써 표현자와 감상자가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단어의 의미를 구체적인 형상으로 직접
표현할 수도 있고(황소 그림), 나름대로의 상징적인 의미를 더해 추상적인 영역으로

 확장(사랑그림)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를 기본
소재로 하여 새로운 상상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글자 특유의

보편성과 그림 고유의 자유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글그림의 최대 효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그림을 보고 있으면, 화가가 무슨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렸는지 설명을 듣지 않고도 저절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양촌 김반석의
그림인 것이다. 글자 그대로 '억새풀'은 억새풀 그림이되고, '다람쥐'는 한 마리의 다람쥐 그름이 된다.

 

모든 사람이 '글그림'을 그리는 그 날

반석 갤러리. 미술관은 지난 5월 23일부터 창립 기념 전시회를 한달 동안 열고 있다.
하지만 이곳이 '글그림 아카데미'로 새롭게 태어나, 한글을 아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으로

글그림을 그리는 그날까지 양촌의 전시회는 계속될 것이다 .
Bravo Your Life!

 

 제일은행 사보(KFB family) 200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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